미국에 살면서 즐겨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고기굽기이다.  고기가 주식인 나라만큼 다양한 방법의 고기 굽기가 있고, 같은 방법이라해도 각자만의 레시피가 다르게 있다.

 

    고기를 굽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간접적인 열로 천천히 익히는 방법과 직접적인 열로 표면부터 빨리 굽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방법은 바베큐이고 후자의 방법은 그릴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바베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대적으로 커다란 장치가 필요하므로 바베큐는 그냥 사먹는 방법이 훨씬 낫고, 그릴링은 그나마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그릴링은 야외에서 하게 되므로, 아파트에 익숙한 우리는 보통 캠핑가서 하는 일로 생각하지만 야외 생활이 평범한 미국에서는 그냥 일상적으로 한다.  집에 그릴은 하나씩 준비되어 있는 정도이다.  나도 어짜피 1년 머물 생각이면 고기나 구우면서 천하태평스럽게 살아볼 생각에 고기 굽기를 공부해보았다.

    그런데 너무 복잡하더라.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고, 고기도 종류마다, 그리고 부위마다, 또 두께마다 다 다른 방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온도계로 고기 속까지 찍어서 계속 확인해보며 굽는 것인데, 고기는 오로지 불로만 굽는다라는 신념하에 오랜 시행착오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름대로의 규칙이 생겼다.

 

 

1. 표면만 태우지 않고 속까지 골고루 익히기 위해 고기는 굽기전에 상온으로 유지한다.
    차가운 고기를 구우면 열이 안쪽까지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더많은 가열시간이 필요하고, 더 오랫동안 가열하다보면 표면은 이미 타버리기 쉽상이다.

 

2. 표면에 올리브 오일과 같은 기름을 골고루 발라주자.
    이것은 당연한 레시피라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불판에 고기 굽던 방식대로 그냥 굽다가 표면에 불균일하게 가열되는 것에 고기가 균일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굽는 방법을 찾아보니 오일 바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3. 적당한 수분이 빠져 나갈 정도만 굽는다.
    고기를 너무 오래 구우면 수분이 다 빠져나가 고기가 뻑뻑해진다.  먹기도 힘들고 육즙이 없어 맛도 잘 안난다.  그래서 적당한 수분이 고기 안에 포함되도록 구어야 하는데 그게 어찌 쉬운 일인가?  특히 직화로 구울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고기를 가열하면 포함된 수분이 증기로 기화한다.  단백질은 70도 정도면 충분히 익는데 증기가 보인다는 것은 고기의 온도는 이미 물이 증기로 변하는 높은 온도에 도달했다는 표시이다.  물론 고기 안쪽의 온도는 그것보다 낮다.  이 때 쯤에 고기를 뒤집어주면 표면은 불에 완전히 구워지고, 안은 아직 덜 구워진 상태를 유지하는 미디엄을 만들 수 있다.  또 고기의 양면을 한 번씩 더 뒤집어 구워주면 웰던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뒤집을 때는 그릴 모양을 위해서 45도 정도 엇갈려 뒤집으면 예쁜 벌집모양의 그릴 마크를 만들 수 있어 훨씬 맛있어 보인다.

 

4. 레스팅은 필수
    고기 다 굽고 신난 마음에 따뜻할 때 먹고 싶은 마음에 바로 칼 들이대면 기껏 잘 구워놓고 마무리를 망치게 된다.  고기안에 들어 있는 열이 충분히 퍼져나가 고기의 질감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고기에게 쉬는 시간을 주자.

 

 

5. 고기의 두께를 이용하자.
    고기의 굽기 상태를 레어, 미디엄, 웰던을 불로만 조절하는 것은 힘들다.  적당히 고기 굽는 방법이 손에 익었으면, 굽기의 상태를 차라리 고기의 두께로 조절하는 편이 쉽다.  일단 미디엄으로 굽는 방법을 알고 나면, 두께를 얇거나 더 두껍게 해서 웰던, 레어로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은 나에게 잘맞는 규칙이다.  다른 누군가는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더 잘 구울수도 있다.  하지만 고기 굽는 방법에 너무 연연해하다보면 나도 답답해진다.  그냥 적당히 굽고 적당히 맛있게 먹는 편이 나에겐 더 편하다.

 

다음에는 생선을 도전해보겠다.  최고로 굽는 것을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는 것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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